클루지 속 뇌에 대한 설명
'클루지'는 절판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출간되면서 매우 인기를 끈 책입니다. 인플루언서 자청님의 추천책으로 유명해지면서 진화심리학 입문서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은 가끔 말도 안 되는 행동하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는 학문입니다.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진화심리학은 다윈의 진화론에 근거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학문이지만 아직 그 역사가 다른 심리학 분야와 비교하여 매우 짧기 때문에 드러난 것보다 앞으로 알아가야 할 것이 더 많은 분야입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출간되는 진화심리학 책은 새로운 내용이 많고 독자 입장에서는 즐거움이 많이 분야입니다. 클루지의 저자 개리 마커스는 인간의 마음은 클루지다라고 정의합니다. 클루지(Kluge)의 영어 사전적 의미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효과를 발휘하는 조합을 의미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효과를 발휘하는 클루지가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가에 대한 해답은 다른 진화심리학과 마찬가지로 사바나에 있습니다. 우리의 뇌가 아직 사바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클루지입니다. 사바나에서 수렵, 채집활동을 하며 부딪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고 자연선택에 따라 진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실제로 뇌를 살펴보면 비효율적인 이동 경로를 보이는 신경회로가 존재하는가 하면 영역별로 완벽하게 분화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설계는 처음부터 뇌가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만약 인간의 뇌가 완벽하다면 아주 예전에 없어져야 할 기본적인 욕구 담당인 파충류의 뇌가 비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배고픔과 성욕처럼 기본적인 욕구를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인 간뇌는 아직도 우리 뇌에서 활성화되어 있으며 하루 중 대부분을 이러한 욕구와 씨름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클루지로 가득한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클루지에서는 인간의 기억은 믿을만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기억을 맥락 및 빈도와 최근도의 함수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최근에 자주 본 맥락을 끄집어내는 것일 뿐입니다. 또한 기억을 자주 꺼낼수록 그 기억은 흐릿해 집니다. 그만큼 자주 떠오르는 기억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인간의 사유 능력 중 최상위에 속하는 추론의 경우를 보면, 추론에 사용하는 두뇌회로는 기억을 가지고 작업화 한다고 합니다. 기억은 왜곡되기 쉽고 불안정한데 기억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추론이라면 우리가 생각한 것이 과연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인간의 사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무의식적으로 자동으로 반응하는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신중하게 천천히 진행되는 사고입니다. 우리는 진화를 통해 신중하게 추론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것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편향을 완벽하게 없애기는 힘들고 편향을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클루지이고 진화는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쪽으로 방향성을 띠기 때문에 장기적인 목표를 추진한 데에 있어서 인간의 의지력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잠깐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좋은 점은 마음속 클루지를 이겨내는 방법을 13가지나 제안한다는 점입니다. 열세 가지 제안을 늘 염두에 두고 일상생활에서 응용하고자 노력한다면 우리는 나의 클루지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결정 : 유혹을 이기고 해내는 방법
직장인 3대 허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는 유투버가 될거야, 영어 공부를 시작할 거야, 운동해야지 처럼 3가지 결심을 하지만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매년 1,2월에는 학원이 북적북적합니다. 목표를 세운 직장인, 학생들이 잔뜩 몰려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등록생 중 반 이상이 줄고 5월 무렵이 되면 원래 계속 듣던 학생들만 남아있게 되죠. 우리의 의지력이 이렇게 약한 이유는 마음속 클루지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목표가 있지만 당장의 유혹에 쉽게 함몰되어 버리고 말죠. 세이렌의 유혹에 이겨내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몸을 묶어버린 오디세우스처럼 예상되는 충동을 미리 막을만한 결정도 도움이 됩니다. 가장 간단한 예시로는 집중하는 동안 핸드폰을 잠시 무음으로 해두거나 다른 방에 치워두는 것입니다. 클루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응용할 거리가 넘쳐납니다. 학생이라면 자신이 필요한 공부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처절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보다 더 현명하고 덜 괴로운 방식의 접근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 결정을 합니다. 사소한 결정 중의 하나가 나중에 큰 물결을 이루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 삶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클루지를 이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자신의 부족함을 탓할 필요도, 자책할 이유도 없습니다. 선조들이 오래전 문제 해결에 필요했던 기능이 지금은 크게 도움이 안 될 뿐이고 이를 의식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연습을 해 나가면서 클루지를 극복하는 삶을 살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진화의 한 페이지 어딘가에 서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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