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욕망의 진화 소개 및 남자와 여자

 

욕망의 진화 소개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귀가 솔깃한 주제입니다. '누구와 누구가 사귄다더라', 와 같은 얘기는 아무리 소란스러운 술집이나 파티장에서도 귀에 쏙 들어옵니다. 연예인들의 연애 기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 정치 및 외교 이슈를 덮어버리기도 합니다. '욕망의 진화'는 밤새도록 얘기해도 재미있는 '남자와 여자'에 대한 진화심리학책입니다. 책이 매우 두껍지만 모두가 재미있어할 이야기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외도를 저지른 남편들이 자주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불륜을 저지른 남성은 자신이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며 재차 강조합니다. 그냥 한번 실수한 거라며 술 먹고 분위기에 취했을 뿐, 불륜 대상 여성과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불륜을 저지른 남성이 계속되는 아내의 추궁에 그 관계는 사랑이었다고 인정하는 장면은 매우 보기 힘듭니다. 여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처럼 말이 안 되는 주장을 계속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화심리학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진화심리학의 토대가 되는 것은 아프리카 사바나입니다. 인류의 진화 시계에서 우리는 대부분 사바나에서 보냈습니다. 인류 문명의 변화 속도보다 뇌의 진화 속도가 현저하게 뒤쳐집니다. 그렇기에 뇌는 아직도 우리가 사바나에 있는 줄 알고 거기서 살아남은 방식으로 사고합니다. 사바나에서는 대다수의 사람이 10세 이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자손을 남길 수 있는 기회만 된다면 남성은 사랑이라는 감정과 상관없이 흥분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남자들은 애정이 없어도 젊고 섹시한 여성을 보면 성적으로 흥분합니다. 젊은 여성은 임신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을 사바나에서 알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여성은 가임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평균수명이 아무리 늘어나고 의학이 발달해도 여성의 가임기는 늘지 않습니다. 남성은 본능적으로 가임기에 해당하는 젊음의 표시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깨끗한 피부, 탄력 있는 머릿결 등은 젊음과 건강을 나타낸다는 것을 인간조상남성들은 알았을 것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조사한 연구결과에도 남성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외모를 중시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젊어 보인다'는 칭찬이 '예쁘다'라는 칭찬보다 환영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맥락일 것입니다. 동안 열풍도 이러한 진화심리학적 측면으로 보자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젊음의 표시인 깨끗한 피부와 날씬한 몸매, 풍성한 머리카락은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유지하고 싶은 여성의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여성은 자신의 피부를 깨끗하게 해 준다고 광고하는 화장품에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다이어트 산업은 끝도 없이 성장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두피, 탈모예방 제품에 관심이 가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능력을 중시합니다. 다시 사바나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바나에 살고 있는 여성을 설령 수렵, 채집에 능숙하더라도 임신과 육아를 하는 동안에는 먹이를 구하기 힘듭니다. 아이가 어린 아기일 때는 수렵과 채집에 거의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남성이 옆에서 자신과 아이를 먹여 살리는 것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만약 아이의 아빠가 능력이 없으면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굶어 죽거나 짐승, 혹은 다른 사람의 살인 위협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바나에 살았던 여성의 조상들은 남성의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현대 여성에게는 연봉 혹은 집안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은 수렵과 채집 대신 나가서 돈을 벌어 필요한 것을 삽니다. 만약 남편이 사망을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도 나와 가족을 지켜줄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집안이 존재한다면 여성에게는 안심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사바나가 아닌 지금도 여성이 아이를 낳고 돌보는 1,2년은 자신이 하는 일에 온전한 힘을 쏟기는 매우 힘든 조건입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매우 버거운 시간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가족 경제를 담당할 만한 능력을 지닌 남성이 결혼 상대자로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여성이 왜 연상을 선호하는가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적인 이유를 제시합니다. 사바나에서는 경험이 곧 학교 였습니다. 위험한 순간을 슬기롭게 헤쳐온 남성은 그만큼 지혜가 쌓이게 되고 그것은 곧 능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여성은 연상의 남성을 선호한다는 설명입니다. 갓 성인이 된 남성이 여성에 제공할 만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적습니다. 사바나에서 경험으로 능력치를 쌓은 남성은 여성에게 제공할 만한 자원이 더 풍부합니다. 반면에 연상의 남성은 자신이 제공할 자원이 많기 때문에 보다 많은 여성에게 자신의 후손을 잉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을 일부다처제를 설명하는 진화이론입니다. 자원을 지닌 남성은 보다 더 젊은 여성을 여럿 거느리며 자신의 유전자를 계속 이어갑니다.

남자와 여자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

취직,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의 등장으로 인류는 진화의 방향을 바꿔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남성의 취직이 여성에게 제공할 자원을 획득하는 행위라고 할 때, 취직을 못하면 자원이 없으니 여성에게 선택받기 힘들고 결혼을 못하면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줄어들 것입니다. 욕망의 진화를 읽다 보면 남자와 여자를 아는 것이 이 세상에 대한 의문점에 한발 다가가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세상은 남자와 여자가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직업, 나이, 결혼여부, 성별에 따라 참고할 사항이 정말 많은 책입니다. 수만 년에 걸친 진화의 흔적이 내 안에 고스란히 있다는 게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 내가 살고 있다고 상상하며 읽으면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