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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책 생각에 관한 생각 속 인간과 틀짜기

by 친절한미소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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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속 인간 : 합리적이지 않다

이 책은 심리학 책이지만 마케터와 광고, 홍보 관련 분야의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를 둘러싼 구매심리에 대한 설명이 가득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왜 쓸데없는 물건을 사는데 지갑을 여는지, 충동구매를 하는 행동에 대한 이해가 됩니다. 한국인의 90%는 잘못 알고 있습니다라는 영상의 제목을 보았다고 가정해 봅니다. 우선 제목부터가 눈길을 끄는데 나도 한국인이므로 대다수의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거면 혹시 나도 잘못 알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손실회피란 인간이 이득보다는 손실에 대해 더 많이 속상해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똑같이 100씩 얻을 때보다 모두 10을 얻는데 나만 손실을 보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모두 10을 가져갈 때 나 혼자 10을 못 가져가는 손실의 감정이 모두 100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훨씬 큽니다. 이러한 현상을 손실 회피 이론이라고 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손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데 손실을 피하고 싶은 감정이 이득을 얻는 감정보다 훨씬 더 강렬합니다. 이 손실 회피 이론은 수많은 광고 카피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심리학 이론입니다. 손실 회피 이론은 경제학에서 가정하고 있는 합리적 인간과 대치됩니다.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합리적 인간을 반박하는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심리학자임에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합니다.

 

책에서 수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인간의 직관입니다. 저자는 이를 시스템 1이라고 부릅니다. 시스템 2는 직관보다는 통계자료, 연상작용, 인과 관계 등을 따져 결정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1장에서는 직관으로 결정하는 수많은 예시가 나옵니다. 처음 읽다 보면 다소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내가 그동안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렸던 그 지점은 그저 과거에 그랬던 경험이 있어서 혹은 내가 신뢰하는 친구가 좋다고 하니까 하는 식으로 아주 쉽게 중요한 결정을 내렸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는 직관적인 결정을 중시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결정은 과거 경험에 의존한 아주 적은 사례만으로 써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시스템 1의 작동이 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니얼 카너먼은 유명한 경제학자, 세계적인 기업 대표를 대상으로 많은 실험을 해봅니다. 하지만 그들도 여러 문제에서 일반인과 똑같은 판단을 내립니다.

 

다양한 예시가 나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해법까지 제시되는데 이 해법을 다 알려준 후 다시 문제를 제시하여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쌓고 폭넓은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도 인간의 뇌는 그동안 해오던 대로 손쉽게 작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결정이 그동안 해온 것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증거를 대고 본인 또한 동의를 하더라도 시스템 2가 작동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아마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한꺼번에 고려하는 합리적 인간으로 살려면 하루가 무척 피곤할 것입니다. 직관으로 하는 결정은 이러한 피곤함을 줄여줘 뇌에 필요한 에너지 운용면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방법입니다.

틀 짜기

정치와 언론에서 흔하게 활용하는 도구는 '틀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발생하면 그 일을 무슨 틀 안에 넣느냐에 따라 관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자신의 틀에 맞춰 해석하여 내보내면 똑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여러 가지 틀을 만들어 적용해 본다거나 큰 틀과 작은 틀로 나누어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예시를 보겠습니다. '수술 후 한 달 넘게 생존할 확률 90%' 와 '수술 후 한 달 안에 사망할 확률 10%' 중에서 수술을 앞둔 환자라면 위의 두 가지 중 '수술 후 한 달 넘게 생존할 확률 90%' 쪽이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또 다른 예시 입니다. '지방 10% 함유 햄' 과 '90% 지방을 제거한 햄' 중에서 햄을 고른다고 했을 때는 '90% 지방 제거'에 더 끌립니다. 위의 예시는 모두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한 가지 표현 방식에 끌립니다.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보이는 게 다이다'라고 말합니다. 생각하는 뇌가 있음에도 우리는 그냥 끌리는 대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 다양한 틀을 적용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각도로 사물을 바라보라는 것도 이러한 의미입니다.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천천히 읽어보자

처음에는 이렇게 긴 호흡으로 책을 읽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책이 두껍다고 해서 무조건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각 장에 나오는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가야 그다음이 궁금하고 재미있어지는 책입니다. 1장부터 5장까지 구성되었는데 각 장을 다 읽고 나면 잠시 책을 덮고 쇼핑앱에 접속해  보았습니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건 역시 틀짜기나 손실회피 이론입니다. 대학시절 '합리적 인간'과 '효율적 시장가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현재 합리적 인간을 반박하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대학 때 주입된 '합리적 인간'은 꽤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다 보면 괜히 부끄러워질 때가 있는데 스스로 전혀 합리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천천히 긴 호흡으로 한 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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