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 동양권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하여 정말 다르구나 하고 느꼈던 기간은 코로나 때였다. 정부의 방역 방침을 당연하게 생각한 동북아 쪽 사람들과 달리 미국인들은 그에 대해 반발하고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여기는 각종 멘트를 보면서 '쟤넨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우리가 서양이라고 여기는 지역은 북미를 포함한 유럽권이다. 그리고 서양에서 아시아라고 칭하면 한,중,일 동북아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각 지역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살펴봤을 때 두 지역에 사는 사람들 간에는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궁금증이 있다면 리처드 니스벳이 지은 '생각의 지도'를 추천한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는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에 대하여 대중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책의 번역은 리처드 니스벳의 제자이기도 한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맡았다.
최인철 교수는 원래의 순서가 아니라 한국 저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목차를 조금 조정했다고 한다.
목차
전체를 보거나 부분을 보거나
전체를 보는 동양인과 부분을 보는 서양인이라는 타이틀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동양인은 관계를 중요시하고 서양인은 현상 그 자체에만 주목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육아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데 우리는 아이에게 '친구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형제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네가 이렇게 행동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겠니?'라는 말을 은연중에 많이 한다. 반면 서양은 '개인의 장점'에 대해서 자주 말한다고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하는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육아의 초점이 '관계'와 '개인'에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자기소개서를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기업에 지원할 때 우리는 '조직에서 내가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와 '조직의 힘을 키우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에서 나를 뽑으면 조직에 잘 융화하여 결국 회사를 더욱 발전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요점에 집중하는 것이다.
반면에 서양은 '내가 얼마나 친화적이고, 빠르게 습득하며 ...' 등등과 같은 개인을 부각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나타난 동서양의 차이
그러다 보니 코로나 시기에 동서양의 행동 차이가 있었던 점도 조금은 이해가 가는듯하다. 한국에서는 코로나에 걸리면 상대방에게 옮길 수 있고 가족에게 피해를 끼치는 등 '관계'에 해를 입힐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방역 방침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양은 '내가 마스크를 거부할 권리와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
신기한 것은 미국에서 자란 미국계 동양인도 유럽계 미국인보다 동양 쪽에 가까운 사고를 한다고 한다. 서양과 동양의 중간쯤 정도? 그런 걸 보면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교육 환경이나 문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세운다.
이 책은 약 20년 전 2004년에 출판된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많이 좁혀졌을 것이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동양의 경험주의를 접목시키려 노력하고 동양에서는 서양의 논리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어떠한 것도 우월한 것은 없다. 장단점만 존재할 뿐이다.
심리학 책이지만 사고방식에 대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철학에 대한 언급이 있다. 깊이 들어가지 않아 난이도는 낮지만 약간의 기본 지식은 갖고 생각의 지도를 읽는 것이 좋다. 저자가 매우 신중하게 쓰려고 한 노력이 곳곳에 보이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연구 결과에 근거한 생각을 정리한 점이 와닿는다.
책을 읽고 나면 최근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동서양의 시각차가 왜 있었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은 풀린다. 정치, 외교, 경제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이러한 동서양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접근한다면 갈등만 증폭될 것이다.
인구 부족으로 우리나라도 이민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서비스업계에서 외국인 취업 비자가 개방된 것도 그러한 것의 일환이 아닐까 한다.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이 어울려 살다 보면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 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 같다.
그러한 사건이 일어날 때 나의 잣대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왜 그러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출판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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