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영역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각 부분을 아우르는 융합능력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창의적 사고와 융합 사고를 강조하곤 한다. 디자인 씽킹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디자인하면 떠오르는 것은 예쁘게 디자인한 옷, 애플의 심플한 제품 외관과 직관적인 사용법, 감성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팬시용품, 인테리어 등등이다. 그렇다면 디자인 씽킹은 무엇일까? 모든 것을 미학적으로 설계하는 것일까?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겉모습을 만들어내는 것??
왼편의 담배를 물고 있는 자그마한 키의 사나이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위대한 엔지니어 이점버드 킹덤 브루넬이다. 오름쪽 인물은 샤넬의 창립자 코코샤넬인데 이 둘 모두 디자인 씽킹을 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을 수 있다. 이점버드 킹덤 브루넬은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이고 코코샤넬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디자인씽커(design thinker)이다.
이점버드 킹덤 브루넬은 영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위인 중 한명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시기의 대표적인 공학자로 건축가이면서 배를 건조하고 철도를 건설하는 책임도 맡았다. 프랑스계 영국인으로 27세의 나이에 패딩턴역 철도공사의 책임자로 일한 천재다. 영국인들에게는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견줄만한 위인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의 1,2위를 다투기도 한다.
영국 패딩턴역에 그의 동상이 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편리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철도를 설계했다고 한다. 이러한 목표가 생기면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근본적인 질문인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싶은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 씽킹의 핵심이다.
샤넬이 등장하기 전의 옷을 보자... 저 모자는 목디스크를 불러 일으켰을 테고 가느다란 허리는 코르셋으로 병들어갔을 거다. 부풀린 소매로 밥이나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시대의 복장은 여성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온갖 장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다 샤넬이 등장한다.
헐링한 허리춤은 코르셋에서 해방된 여성들이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간편해진 모자는 얼굴을 자유롭게 돌릴 수 있도록 한다. 치렁치렁한 길이의 치마가 무릎 아래로 올라오면서 여성은 아름답게 자신을 꾸미면서도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디자인은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켰고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남자들이 전쟁터로 징집되어 가자 여성들의 노동력으로 경제를 굴리던 시대상과도 맞아떨어지면서 패션의 변화를 일으켰다. 코코샤넬의 디자인 씽킹으로 여성들은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었다.
디자인씽킹을 위해서 팀 브라운이 제시하는 네 가지이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실험을 한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갖고 디자인을 하며 언제 어디서든 눈에 띄는 것이나 생각나는 모든 것을 손으로 그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북에는 오만 잡다한 것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흐르는 물, 나무처럼 늘 보이는 주변을 그리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영감을 떠올린 게 아니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모든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디자인씽킹을 하며 현실로 구현해 냈던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늘 아이 교육와 연관을 짓게 된다.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내가 예측하기는 힘들어도 아이가 헤쳐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손으로 그리는 연습은 지속적으로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에 바쁘다 보면 예체능 수업이 소홀해 지기가 쉬운데 손으로 그리는 취미는 아이가 살아가며 휴식과 영감을 동시에 제공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는 나에게도 해당이 된다. 집안일을 하고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인테리어를 기획할 때 어떻게 하면 가족들이 편안하게 집을 이용할 수 있을까를 염두해 두고 재료와 장식에 구애받지 않은 채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디자인씽킹을 해야겠다. 가장 좋은 것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고 끝도 없는 예산을 쓰는 것이지만,, 나에게는 한정된 예산과 늘릴 수 없는 집안 면적이라는 제약 사항이 있다. 거기에 변변치 못한 미적 감각도 있다. 그러니 생각날 때마다 손으로 그리면서 다양한 영감의 기반을 마련해야겠다.
팀 브라운은 프로토타입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어떤 재료라도 좋다. 눈앞에 있는 종이 조각으로도 프로토 타입은 만들 수 있다.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약사항을 극복하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디자인을 삶으로 살아내자'는 것이 팀 브라운이 설명하는 디자인씽킹의 모든 것이다. 디자인을 삶으로 사는 것은 절대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협력해야 하며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고 새로움을 내 것에 녹이는 실험을 해야 한다. 힘든 과정이고 때로는 결과가 안 나거나 무척 오래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삶과 세상'이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품고 헌신해야 한다.
제약이 많을수록 디자인씽킹의 힘은 세진다. 이것은 팀 브라운이 운영하는 IDEO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얼마나 많은 제약에 부딪치는가. 알게 모르게 하나씩 제약을 극복하고 때로는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기도 하며 필요한 공부를 치열하게 해 가며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들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남 탓을 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화살을 돌린다. 디자인 씽킹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삶에 재미를 주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낮추어주며 어떠한 어려운 일이 닥쳐도 꼭 방법은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사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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