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역설에 나오는 불편한 질문
'보수주의자보다 진보주의자 쪽이 지능이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신을 믿는 사람보다 믿지 않는 사람 쪽이 지능이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지능이 높은 남성일수록 한 사람만 사귀는 경향이 강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지능이 높은 여성에게는 그런 경향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왜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지능이 높은 것인가?', '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가?', '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결국 인생에 실패하는 것일까?' 예민한 정치, 종교, 약물에 대한 질문입니다. '왜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결국 인생에 실패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은 매우 불편합니다. 일반적으로 세상은 인생에서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요즘 저자는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궁급합니다. 지능이 높으면 교육 수준이 높을 가능성이 크고 높은 교육 수준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확률을 높여줘 결국 사회적으로 부러워하는 부와 명예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이 인생에 실패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건지 알아봅니다.
진화 심리학으로 설명하는 책
'지능의 역설'이 '진화심리학'으로 '지능'을 설명한다는 것을 염두해 두고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 속에서 말하는 '지능'은 '일반지능'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우리 애가 머리가 좋습니다.'라든가 '이번에 영재검사를 받았는데 IQ가 150이 넘었습니다'라고 할 때 지능입니다. 진화심리학의 지능은 다중지능도 아니고 사회성도 아닙니다. 책에서 말하는 지능은 연역적 혹은 귀납적으로 추리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유사를 사용하고 정도를 통합하여 새로운 영역에 응용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지능이 높다는 것은 '새로운 영역에 응용하는 능력'이 높다는 것입니이다. 이를 진화심리학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사바나'에서 겪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맞닥뜨렸을 때 이를 해결하고 배우는 능력이 높은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지능의 역설은 '사바나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것'에 대한 일은 서툴다는 것입니다.
사바나에서 흔히 행해지던 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번식입니다. 배우자를 고르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은 아프리카 사바나에 살던 조상들에게는 아주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1만 년 전 농경 사회로 변화가 이루어지던 그 시기에도 자연스럽게 이어가던 흐름이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부담스러워하는 인식이 생긴 것은 100년도 안 되었습니다. 진화의 시계로 보자면 짧다 못해 찰나의 순간에 불과합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지구상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도 아닙니다. 다시 시선을 잡아 끄는 목차로 돌아가보면 '진보주의자', '신', '동성애자', '술', '담배(마약)' 등은 인류 전체의 진화 역사에서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것들입니다. 이러한 신념이나 성향, 물건에 탐닉하는 것은 사바나에서는 없었던 것으로 지능이 낮은 사람보다는 지능이 높은 사람에게 더 흥미 있게 다가갑니다. 이 책의 모든 설명은 영국과 미국에서 실시한 두 가지 추적 조사를 바탕으로 합니다. 어릴 때 지능을 '아주 영리함', '영리함', '보통', '둔함', '아주 둔함'으로 구분하여 이들이 20살, 40살이 되었을 때의 성향과 행동을 추적한 통계자료에서 다른 요소를 모두 지우고 '지능'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가설은 '지능과 상관관계가 적다' 라든지 '잘 모르겠다'로 마무리되는 것도 있습니다.
부모로써 생각하게 되는 것
한국어로 상식과 교양 은 의미가 약간 다릅니다. '상식'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구성원들 대다수가 공감하는 행동 양식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반면에 교양은 잘 교육을 받고 지적인 이미지의 말과 행동이 떠오릅니다. 진화심리학에서 의미하는 '상식'은 '사바나의 상식'입니다. 수렵과 채집 생활이 바로 '상식'인 것입니다. 그때는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가 없었습니다. 음식을 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이것이 진화심리학의 상식입니다. 지능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귀가 솔깃해집니다. 이 세상 엄마에게 똑똑한 아이는 로망입니다. 모든 환경이 절망적이라도 아이가 똑똑하다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게 엄마입니다. 이렇게 '지능'이 엄마를 매료시키는 이유는 엄마가 지능에 매우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가 수많은 가설을 증명하며 '불편함 감정을 느낀다'라고 말을 하면서도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능이란 그저 인간이 가진 무수히 많은 특질 중 하나에 불과하며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입니다. 결국 지능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지능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엄마로서 인성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봅니다. 요즘 집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아이가 사회에서 먹고살 수 있는 지식과 훈련을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아이도 지능이 높아 교육을 잘 따라오고 부모도 경제적 여력이 있어 전폭적인 지원을 하여 아이가 성장한 후 고소득 직종에 종사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그 아이가 스스로 만족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봅니다. 아무리 이 책에서 지능에 가치를 부여하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주장한다 해도 지능이 보통만 되면 최대한 교육을 시켜주고 싶은 것이 부모입니다.
불안함을 다스리는 법 : 아이에게 알려주자
아이가 지능도 높으면서 사바나의 상식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사바나에서 '결혼과 출산, 양육'이 상식이 된 것은 모두 그렇게 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 외에 다른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기에 누군가 돌출행동을 하면 터부시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 되어 버렸습니다. 평균 지능이 높아진 사회에서 부모 세대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아이에게 사바나의 상식을 강요한다고 해서 그들이 잘 받아들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배우자와 함께 해결해 나가는 삶을 선택하였다면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훈련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가 컸을 때의 세상은 지금과 또 다를 테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바나에 익숙한 뇌를 갖고 있을 것이고 사람들은 불안해할 것입니다. 그 불안함을 여러 감정 중의 하나로 동일하게 받아들이며 담담하게 다스릴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안내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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