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3학년 딸을 두고 있는데 입학 후 처음으로 12월에 종업식을 한 후 바로 3월에 4학년이 되는 통방학을 맞이하였다. 방학 2달 동안 잠시 일을 쉬고 아이와 함께 보내기로 했는데 살짝 막막함이..
딸아이는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무언가 짜임새 있는 스케줄이 좀 더 맞다,,, 너무 늘어져 버리면 나까지도 루틴이 깨져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겨울방학 영어캠프와 과천과학관 과학캠프를 활용하기로 했다.
1월 - 방학 시작부터 하는 2주 영어캠프(학교 캠프)
1월부터 방학을 하자마자 바로 시작하는 영어캠프를 신청했다. 선착순인데 시작하자마자 금방 마감되었다고 한다. 2주 동안 학교 원어민 선생님과 디즈니 영화를 보며 스피킹 공부를 한다.
캠프 참여하고 얻은 점은 아이가 스피킹 수업을 받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는 스피킹은 부담된다면 별도의 수업은 받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캠프 참여로 얻은 소중한 수확이다.
단점은 3학년 신청자 15명이 수업 중에 한국어로 얘기를 했으며 평소 친하게 지내던 무리가 우루루 신청해 아이가 다소 외로웠다는 점. 이것도 무리를 지어 다니다니.. 아이가 '수업에 중에 왜 한국어를 하지?' 하는 무심코 튀어나온 말에 허걱. 했다.
하마터면 내년 여름방학 때도 신청할 뻔.
학교 영어캠프는 함께하는 아이들 수준을 좀 봐야 한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학교 영어 캠프는 오전 시간 때우려고 보내는 엄마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아이처럼 스피킹에 대한 부담을 낮추려는 목적이 아닌 이상 신청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2월 - 과천과학관 프로그램(4일)
2월에 과천과학관 프로그램 4일짜리를 신청했다. 이것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아 연간회원 대상으로 진행하는 첫 신청일에는 과학관 서버가 터져 버렸다. 그래서 신청 날짜가 하루씩 미뤄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우리 부부는 남편은 회사에서, 나는 집에서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스타트 한 다음 결제까지 무사히 완료. 과천 과학관 프로그램은 경쟁률이 높아 이왕이면 부부가 함께 신청을 하는게 좋다. 어차피 확정은 결제까지 완료되어야 하므로 중복 예약이 되어도 상관없다.
과학관 프로그램은 4일간 진행되고 수업 시간은 2시간이다. 2시간 동안 엄마나 아빠가 밖에서 기다리는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책 1권 완독이 가능하다. 노트북 들고와서 자기 할 일 하는 엄마도 많았다. 영화 한 편 때리는 분도 계셨고..
교육동 건물이 따로 있어 대기 장소는 다른 학원에 비해 편안하고 조용한 편이다. 수다떨 사람들은 아예 본관 안에 있는 카페로 가기 때문에 엄마들과 무리 짓지 않는 성향의 사람에겐 잘 맞는다. 주차도 수강증만 보여 주면 공짜.
아이 말로는 프로그램은 재미있는데 쉬는 시간과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서 좀 그랬다고 한다. 이것도 아이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우리 딸은 소란함을 싫어한다.. 어째 이건 나를 닮았누...
부모로서 아쉬운 점은 수업 내용과 분위기를 부모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 수업 시간에는 교실 근처도 못 가게 하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하는지 볼 수 없다.
저학년은 실험이 충분하게 진행되는 듯 하고, 과학관이다 보니 기자재 수준도 괜찮다. 고학년 대상의 코딩 프로그램이 있는 점도 좋다.
그리고 방과후 수업과 기존의 수업들
이렇게 1,2월 특별 프로그램 보내고 방학 중에도 이어지는 방과 후 수업과 기존에 해오던 수업들을 착실하게 하다 보니 벌써 2월 구정이 코앞이다.
확실히 엄마가 집에 있으니 오전에 아침 먹고 나면 바로 수학 숙제부터 시작하는 루틴으로 들어가는 게 자리 잡힌다. 작년 방학에는 계속 일을 했더니 할머니 할아버지와 놀기만 했다.. ㅡ.ㅡ;;;
여행 계획은 안세우고 프로그램 위주로 다양한 경험을 시켜 주는 방학이었다. 수영도 주 1회에서 2회로 늘리면서 진도에 속도도 붙고.. 수영은 개인레슨을 하는데 횟수를 늘리니 확실히 실력이 확 는다. 피아노도 1회 늘렸고..
딸은 뭔가를 배우고 루틴 한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주말에도 너무 멀리 여행을 가기보다는 가까운데 잠시 다녀오는 것을 더 선호하고.. 저녁에 집에서 밥을 먹게끔 돌아오자 한다...
10년 만에 아이와 온전히 함께 하는 방학
이렇게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지내는 방학은 올해가 처음이다.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단시간 일을 해서 일주일에 몇 번은 친정 부모님이 도와주셨다.
방학을 전에는 하루 3번 밥하는 게 너무 큰 부담이었는데 막상 지내보니 만족도가 꽤 높다. 무엇보다 아이의 만족도가 높다. 친정 부모님과 애착이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항상 집에 있다는 거에 상당히 안정감을 느끼는 듯하다.
자기 스케줄대로 루틴하게 움직이며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인다. 나도 생각보다 짬짬이 시간이 많아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내 공부를 한다.
방학 후에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고민이 된다. 아이와 함께 하면서 심리적인 만족감이 나부터 높기에 기존하던 일보다 더 적은 시간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연로하신 친정 부모님 왔다 갔다 하시지 않는 것도 마음 편하고..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게 감사하고 운이 좋아 더 감사하다. 남은 방학 잘 마무리하고 건강하게 4학년을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