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이건희컬렉션 7점을 관람하고 피카소 도예작품을 감상했는데 난 피카소가 도자기와 그릇 등 작품을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그분의 체력과 호기심은 정말 대단하다. 특히 인물에 대한 관찰력이 대단한데 선 몇 개 만으로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한다.
춤을 추는 사람들이 그릇 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작은 타일 안에 네 명의 사람이 빙글빙글 원을 돌며 춤을 춘다. 이번 도예 작품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것이 투우사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그에게 투우는 삶의 배경이었을 것이다. 투우 작품은 다른 도예작품보다 묘사가 구체적이고 화면이 넓다. 투우사와 투우뿐만 아니라 관중과 주변의 분위기 등 투우장 전체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흥분, 그리고 고도의 집중과 환희가 나타난다.
피카소의 예술 변천사
Blue Period(1901~1904) - Rose Period(1904~1906) - Cubism(1907~1917) - Neoclaasical and Surrealist Periods(1918~1939) - Abstract(1940~1973)
이 중에서 도예에 관심을 보인 기간은 1947~1971년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피카소 대표 그림은 큐비즘 와 네오큐비즘(1907~1939) 사이의 그림이다. 큐비즘 시대의 대표작은 아비뇽의 처녀들이고 네오큐비즘 시대의 대표작은 게르니카를 꼽는다.
반면에 도예는 1947~1971년 사이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만들던 시기로 큐비즘 시대를 떠나 추상주의에 이르던 시대에 나온 것들이다. 그래서 피카소 도예는 보기 편하다.
게르니카에서 내뿜는 심각한 분위기와 슬픔이 없다. 그의 삶을 아우르는 주제들이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어 '피카소'라는 이름이 관객에게 주는 부담감 없이 볼 수 있다.
그는 9살에 처음으로 올빼미 그림을 그린 후 그 그림을 평생 간직했다고 하는데 멋지게 그린 새 도예작품도 많다.
청주까지 2시간 걸려 가서 보고 온 보람이 있다. 서울보다 한적한 지역이 주는 여유로움 덕분인지,, 이전보다 편안해진 내 마음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전시회를 기점으로 보다 더 편안하게 그림과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작품 감상의 분기점이 된 전시회인 듯.
어깨에 들어갔던 힘도 빠지고.. 주변의 소음에도 덜 신경쓰게 되고.. 그냥 보고 싶은 대로 봤다. 작품에 눈길이 가는 곳을 한참 쳐다보기도 하도.. '이건 뭘까? 이건 왜 이렇게 그렸지?' 하는 의문도 생겼다.(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음)
전시도 보면 볼수록 느는 듯. 올해 4학년에 되는 딸도 어렸을 적부터 꾸준하게 전시회를 데리고 다녔는데 이제는 제법 알아서 본다. 카탈로그를 뒤져가며 비교해 보기도 하고 말없이 한참 쳐다보기도 한다. 그 아이의 머릿속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다들 꼭 보시길. 입장료 무료, 공휴일 주차 무료인데 안갈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