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153브랜딩이 마케터에게 주는 것
마케터로 일하면서 스스로 마케팅이 아닌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신제품 출시 때는 연구부서에 치이고 제품 디자인은 디자인부서에 밀리면서 마케터로서 나는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책으로 도망을 가는 것이 많이 마케터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와 영감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모나미 153브랜딩 책은 코너에 몰린 마케터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입니다. 국내에서 오래되기로 손꼽히는 모나미를 요즘 세대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소개하고 팝업 스토어로 매출까지 올린 신동호 이사가 직접 저술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디자이너에서 마케터로 변화하며 겪었던 수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한 책입니다.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브랜딩을 할 수 있었고 마케터였기 때문에 돈이 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것은 끊임없이 생각한 모나미라는 브랜드의 본질이었습니다. 회사의 브랜드는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회사의 것입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내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마케터에게 주는 것은 브랜딩이 형상화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과 마케팅은 서로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실제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부딪치면서도 협력하는 부서가 디자인팀일 것입니다. 디자이너가 내 놓은 결과물이 마케터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본질에 가까우냐를 놓고 수많은 논의와 회의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겐 마케팅 감각이 있어야 하고 마케터에게는 미적 감각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를 갖춘 사람이 리더가 될 것입니다. 좋은 디자인이 되기 위해서는 브랜딩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영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마케터에게는 브랜딩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미지화하는 디자이너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디자인과 마케팅은 서로의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너무 기울게 되면 본질과 디자인 모두를 망칠 수가 있습니다.
새로운 것만 찾기보다는 고유의 본질에 집중하자
마케터에게는 새로움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증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제껏 시장에 나타난 적 없던 새로움에 집중한 나머지 회사 오래전부터 구축한 강력한 본질을 잃어버리도 합니다. 우리 회사나 브랜드가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 본질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는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한 것처럼 매력적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도가 필요합니다. 모나미가 다양한 도전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오래된 기업일수록 회사 내부의 저항은 세질 것입니다. 특히 마케팅은 돈만 쓰는 부서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면 마케팅 전략만으로도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강령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협업도 필요하고 다른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교감도 해야 할 것입니다. 한 번에 큰 성공을 거두려는 욕심보다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를 하며 작은 성공을 수차례 경험하다 보면 마케터게 지향하는 본질의 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MZ세대가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
MZ세대가 생각하는 모나미 브랜드에 대해서 물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이미지는 일본 브랜드였습니다. 80년대 초반생까지 모나미는 한국의 오래된 볼펜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브랜딩을 강화하며 모나미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육각형을 유지하면서 여러 팝업스토어, 유투버와의 협업, 다양한 체험 행사, 문화 공간 창출 등 여러 활동을 거듭하는 동안 모나미는 MZ세대에게 이국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선물용으로도 적합한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유명 모델을 기용한다고 해서 브랜드 이미지가 새롭게 탄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감소된 요즘은 개별화된 시장을 모두 충족하는 모델을 구하기도 힘듭니다. 세분화된 시장에서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다양한 분야로 넓혀가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MZ세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케팅 전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미지는 볼펜뿐만 아니라 미술 도구로써의 다양함이었습니다. 큰 시장을 장악하려 하기보다는 기존에는 없던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전략입니다. 소득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문화에 대한 눈높이 또한 올라갑니다. 전문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대중이 늘어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색상을 선보이는 매직, 색연필에 대한 욕구가 올라가는데 이러한 욕구는 소비자 스스로 알지는 못합니다. 그것을 끄집어내는 것이 마케터의 몫입니다. 자신도 몰랐던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도 마케터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지점입니다. 이제 모나미는 MZ세대에게 단순히 볼펜 브랜드가 아닙니다. 특이하고 세련된 팬시용품을 판매하는 이국적인 브랜드입니다. 육각형이라는 본질을 지키면서 새롭게 재탄생하는 브랜드는 마케터의 본질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다양한 시도, 그리고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브랜드는 새로운 세대가 사라지고 나타나는 과정에서도 본질을 지키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MZ세대가 생각하는 모나미의 브랜드가 다음 세대에게는 어떠한 이미지로 남겨질지 너무나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