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에 헤티 그린이 등장한다.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워렌 버핏의 추천 도서이자 월스트리트의 부조리를 개미에게 솔직하게 알려준 책이다
책의 저자인 프레드 쉐드는 대부분의 거액 투자자가 말년에 빈곤해 지거나 혹은 여러 번 빈곤을 경험한다고 했다. 프레드 쉐드 본인 또한 대공황 때 큰 손실을 보고 월가를 떠났다.
그 유일한 예외가 헤티 그린인데 그녀는 '현실주의자'였고 '여자'였으며 '구두쇠' 였다. 엄청난 투자 수익으로 유명해진 거액 투자자 중에서 헤티그린을 제외한 그 누구도 현실주의자이며 여자이고 구두쇠인 사람은 없었다.
현실주의자 헤티그린의 투자법
헤티그린은 금수저였다. 엄청난 고래잡이 선주 집안의 딸로 태어났는데 그녀가 물려 받은 것은 재산뿐만이 아니다.
부모와 조부모 모두 매우 아끼며 재산을 모아왔는데 이러한 검소한 태도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며 자랐다. 나중에는 그 검소함이 도가 지나쳐 구두쇠가 되었고 '마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지만..
2살 무렵 어머니의 건강이 안좋아 외조부와 함께 지냈는데 8살 때부터 심부름하고 받은 용돈을 모아 은행에 저축을 했고 13살에는 집안 사업 가계부 정리를 직접 할 정도로 경제적인 관념이 뛰어났다.
성장한 헤티 그린은 21살에 9만 달러를 상속 받았고 남북전쟁이 터지자 채권에 투자한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에서 투자를 지속하며 50년 만에 상속받은 9만 달러를 1000배 이상으로 불리는 기염을 토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위법행위를 저지르는데 탈세부터 시작해 주변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법을 어기는 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월가의 마녀'.
전쟁이 나면 채권투자?
남북전쟁은 채권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전비 조달에 채권 판매가 절대적이었다. 남부와 북부 모두 세금으로만 전비를 조달할 수 없었기에 채권을 발행하여 판매를 하였다.
북부에서는 존 쿡이라는 전설적인 인물이 대중들에게 채권을 판매하는 '소액판매'개념을 마케팅 전략으로 펼쳐 채권 판매 흥행에 성공하였고 남부는 면화채권을 발행했다.
북부의 일반 시민들은 돈이 모이면 침대 밑에다 모아두곤 했었는데 그 돈을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전쟁이 끝나고 소액자본가 계층이 생겨났다.
반면 남부는 금융 시스템이 북부만큼 투명하지 않았고 전세에 따라 채권 가격의 등락이 심해지면서 채권 가격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자충수를 둔다.
결과는 북부채권 흥행, 남부채권 실패.. 그리고 전쟁결과도 아시다시피 북부 승리이다.
지독한 구두쇠
헤티그린은 검소함이 지나쳐 말도 못할 구두쇠였다. 원피스는 때가 잘 안 탄다는 실용적인 이유로 검은색만 고집했고 14년간 원피스 한벌을 입었다고 한다.
우유 값을 깎기 위해 매일 시장 상인들과 언쟁을 벌였고 모두 그녀를 싫어했다. 그래도 결혼은 했는데 남편의 사업이 망하면 자신의 재산을 건들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다. 남편은 정말 사업이 망했고 그녀는 남편을 도와주지 않고 헤어졌다.
특히 그녀를 구두쇠 엄마로 악명높게 만든 것이 아들의 다리 사건이다. 아들이 다리를 다쳤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다 결국 다리를 절단하게까지 만드는 놀라운 구두쇠 힘(?)을 발휘한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당시 아들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만큼 상태가 안 좋았다고 하지만,,, 그녀가 아들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을 것 같지는 않다...
돈 외에는 아무것도 주변에 없던 헤티 그린은 정말 엄청난 부를 남기고 사망했는데 그녀의 자식들은 평생 마음껏 쓰고 살았음에도 손자 손녀들에게 상당하 재산을 남길 정도로 많은 부를 헤티 그린이 일구었다.
엄마 때문에 불구가 된 아들은 마음껏 돈도 쓰고 사업도 하고 건물도 사고 정말 펑펑 썼다는데 그래도 그 내역을 보면 사치품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도 하는 등 투자를 위한 소비도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역사상 수많은 부자들이 존재하였지만 그들의 부가 3대 이상 간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선대가 일군 부를 후손들이 다 까먹는 경우도 많고 아예 대가 끊기기도 하고..
그만큼 부자가 되기도 힘들지만 부를 이어간다는 것도 힘든 것 같다.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를 읽으면서 알게 된 헤티 그린의 삶을 찾아 보니 부자가 되는 길에는 엄청난 고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티그린의 행실이 지금이나 그때나 인간적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그녀가 마녀라고 불릴 만큼의 독한 고집을 내려놓았다면 그녀는 더 큰 비난과 조롱에 직면했을 것이다.
헤티 그린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뒷말을 해대던 사람 중에 과연 그녀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던 사람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녀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유심히 지켜보지 않을 사람이 있었을까?
사람과 어울려 사는 세상이지만 남들의 시선을 우선하다 보면 가난해지고 뒤쳐지는 게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방에 부자가 되는 길은 없다. 그 엄청난 헤티 그린도 50년이 걸린 일이다. 그러니 오늘도 묵묵하게 걸어간다.